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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神木)과 자연숭상(自然崇尙)

참고자료(김휘동 시장 칼럼, 1999년)

2009년 02월 03일 [경북제일신문]

 

참고자료(김휘동 시장 칼럼, 1999년)

신목(神木)과 자연숭상(自然崇尙)

옛날 우리 안동에는 안동군수(안동부사)가 부임하거나 퇴임할 때 전국 어느 관서 (지방자치단체) 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안동 고을만이 갖고 있는 특이한 의전(儀典)행사가 하나 있다. 일반 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역사 밖으로 사라질 우려가 있어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1992년 7월1일 평소 그리던 동경의 고향 안동군수로 부임하는 첫날을 맞았다. 기쁨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들뜬 마음으로 군청 전정에 들어서는 순간 의전담당 직원이 제일 먼저 안내하는 곳이 있었다. 군수가 먼저 해야 할 의전절차는 부신목(府神木)에게 신고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부신목이라 함은 안동시 동부동 65번지 옛 안동군청 내에 소재하는 군수 관사 뒤뜰에 높에 10m, 흉고직경 1.5m, 면적 33㎡, 수령 약 800년으로 추정되는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를 말한다. 신라때 의상대사(義相大師)가 심은 나무라는 전설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으며 1981년 경상북도에서 보호수로 지정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알 수 없으나 옛 안동부사(안동군수)가 부임하는 첫날 첫신고(인사)와 음력 정월 보름 전야반(前夜半 : 14일 자정) 제사와 이임하거나 퇴임할 때 마지막 신고를 부신목에게 하여야 한다.

군수가 신목앞에 서게 되면 의전담당 직원이 “할 수 있는데 까지 큰 목소리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 드리도록” 당부한다. 따라서 군수는 경건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재임기간중 사건 ․ 사고없이 평화로운 가운데 군정이 일일 번창할 것과 군민의 건강과 행운을 내려 주시고, 국리민복의 군정을 펼치는데 힘과 용기를 주시기를…」를 기원 드렸다. 그 후에야 취임식을 하게 되고 간부들과도 상견례를 나눈 후 정상적인 업무를 집행하게 된다.

부신목(府神木)인 느티나무는 웅장하거나 크지는 않다. 그러나 모습이 미려하고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고 성역화 되어 있기 때문에 시내 한가운데 있으면서 조금도 오염되지 않아 희귀한 새들이 신목의 가지사이를 넘나들며 마음껏 노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안동군청 공무원들은 물론 안동시민들 모두가 위대한 성현(聖賢) 이상으로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부신목에게 갖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신목인 느티나무가지가 관사 담장 밖으로 뻗어 나와 거리를 덮어도 어느 누구도 손을 대려하지 않는 신성스러운 존재이다. 이임하거나 퇴임할 때도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그 동안 신목의 도움으로 군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하며 이임인사를 하게 된다.

다음의 소재는 매년 정월 열나흘 자정에 府(郡)의 안녕과 한해 주민의 복지를 기원하는 제(祭)를 올리는 14일 동안은 출장을 삼가고 궂은일을 보아서는 안된다. 본 필자가 군수 재임 당시인 93년초 주민들이 봉고차로 여행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여 사고수습과 문상을 가려고 하였으나 간부들의 극구만류로 끝내 주민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또한 안동시내에 미술전시회가 열려 개원식에 참석하였다가 군간부들로부터 호된 원성을 듣기도 하였다. 특히 제(祭)가 끝나는 날까지 부부간 사랑의 예 마저도 금기하는 그야말로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집사(執事)도 집안에 유고(有故)가 없는 깨끗한 사람을 선정하여 제례(祭禮)의 준비를 하게 된다. 집사는 정월 열하룻날 왼새끼를 꼬아 한지를 끼워 금줄을 만든 후 다음날 신목의 둘레에 감고, 관사입구에도 설치한다. 금색 후 이 신목을 범한자의 여부파악을 위하여 주변에 갈지(之)자 형의 황토흙(군관내 깨끗한 산에서 채토)을 뿌려둔다. 정월 열나흘날 오전에는 집사가 가까운 시장에 가서 장보기를 하는데 이때 가격을 깎아서는 안된다.

제수는 대추, 밤, 곶감, 대구포, 돼지머리, 정종, 채소 등의 제물과 소지종이, 한지, 양초 등이다. 밥, 국, 탕, 콩나물, 시금치 등 제수음식을 3일간 목욕 재게한 군수부인이 직접 장만하여 제사에 쓸 백편을 방앗간에 시키는데 그 양은 쌀 3말 3되 3홉으로 마련한다.

제주(祭主)인 군수의 복장은 도포에 갓을 쓰며 정월 열나흘날밤 12시가 되면 제관은 부신목 앞으로 가서 바닥에 한지를 깔고 그 위에 진설을 한다.

집사가 술잔을 채우면 제주는 신목 주위에 3회로 나누어 부은 후 배례(拜禮) 2회를 실시하고, 다시 집사가 술을 부어 채운 잔을 제단에 올린 후 배례 2회를 한 후 무릎을 꿇고 “문종이를 사르는 소지 3회를 실시”한다. 이때 군수는 정성껏 시화연풍(時和年豊)과 군정(郡政)의 무사를 빌어야 한다. 즉 郡의 안녕과 군민(郡民)의 복을 기원하는 것과 직원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것으로 군민소지, 직원소지 순으로 올린다. 소지가 끝나면 다시 재배를 하고 철상을 한다. 제가 끝나면 제주와 집사는 음복을 하고 당직 근무자에게도 음식을 나누어 음복하며 이 떡을 먹으면 재수가 좋고 병없이 한해를 보낼 수 있다고 하여 군청 직원들은 함께 떡을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군정의 무사화평과 풍년을 축원하였다. 제사에 정성이 부족하면 송사가 생긴다든가 직원이 사망하는 등 폐가 있다하여 어떤 군수때는 제사를 다시 지낸 일도 있었다 한다.

여기서 우리는 부신목(府神木)에 대한 교훈을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환경파괴는 곧 지구의 종말을 고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선조들이 심고 가꾸어 오래된 나무를 마을마다 당목이라하여 부신목과 같이 성역화된 금기의 지역으로 관리하고 매월 정원 열나흘날 자정에 마을에서 가장 청결한 인사가 마을을 대표하여 제사를 올리는 풍습의 유래는 지방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 자연보호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숭상의 큰 지혜가 아닐까 한다.

나뭇가지를 꺾거나 불경한 예(禮)를 한다면 천벌을 받는다하여 어느 누구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하는 선조들이 남겨주신 정신과 전통이 있었기에 개발이란 미명하에 베어내고, 밀어버려도 오직 신목(神木), 당목(堂)만큼은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나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산림청에서는 산림환경 자생식물 및 천연보호림 관리요령을 마련 보호수(保護樹)의 선정 기준을 두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수령 100년 이상의 노목, 거목, 희귀목으로 고사 및 전설이 담긴 수목이나 특별히 보호 또는 증식가치가 있는 수종은 보호수로 지정 관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보호수 관리인은 그 소유자 및 소재지 리․동 주민 또는 인근 자연보호단체를 지정할 수 있으며, 관리책임자는 읍․면․동장으로 하여금 지정하여 보호․관리한다.

현재 안동시 관내 천연기념물은 용계 은행나무, 송사동 소태나무, 임동 굴참나무, 와룡 뚝향나무, 녹전 느티나무, 남후 측백나무 등 6개가 있으며 보호수는 165개소 175본(本)으로 어느 면 어느 곳을 가나 보호수를 볼 수 있으며 이중 느티나무가 120본으로 대종을 이루며 소나무, 버드나무 각각 10본, 희나무11본, 은행나무 6본, 상수리나무 4본, 향나무와 팽나무가 각각 3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보존 관리하는 정신은 바로 부신목(府神木)과 당목(堂木)을 숭상하는 정신이 오늘에 이어져 왔기에 천연기념물과 보호수가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새천년을 맞아 국가(산림청)에서는 새천년 상징 “밀레니엄 나무”로 “느티나무”가 선정되었다. 느티나무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느티나무 세 그루를 중문안에 심으면 세세부귀를 누린다”는 “산림경제복거편”에 있듯이 마을과 지역, 국가의 안녕과 화합,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갖고 있으며 천년동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수성” 나무이고, 수형이 가장 “안정성”이 뛰어나며, 또한 목재질과 무늬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관상가치가 높은 “범용성”을 지닌 괴목(槐木)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동의 선조님들은 이미 800년전에 오늘을 예견하고 안동의 신목으로 심어 가꾸고 보호하며 숭상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년말 독일은 “은행나무”, 캐나다는 “가문비나무”를 밀레니엄 나무로 선정하는 예만 보아도 우리 민족의 위대한 자연보호, 자연애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의 허구 많은 삶의 애환과 역사를 통해 짚어 보면서 이제는 세계속에 우뚝 솟은 오늘의 안동이 있도록 800여년동안 역사와 전통을 지켜주신 “府神木”, “市神木” 님께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숭상(崇尙)의 예를 올립니다.

경북제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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